피말리는 경기라기보단, 뭔가 속이 뻥 뚫리는 그런 경기였다고 해야 할까요. 가볍게 본방 사수하려고 앉았는데, 눈을 뗄 수가 없더라구요. A매치 데뷔 선수들부터 캡틴 손흥민까지, 한 명도 안 빠지고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던 경기였어요. 보는 내내 감탄과 감동이 번갈아 왔습니다.
쿠웨이트전은 그저 한 경기의 승리로 끝나지 않았어요.
예선 마지막 경기였지만,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이었잖아요. 그래서인지 관전 포인트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내용’에 더 쏠렸던 것 같아요.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도 4대0 대승을 거둔 이 경기,
무패로 예선을 끝내며 아시아 유일의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축구의 미래까지.
잠깐 놓치면 후회할 경기였다는 건 확실합니다.
'이겼다'보다 '잘했다'가 먼저 나온 경기
보통 경기 끝나면 “그래도 이겼으니까 됐다”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이 경기는 달랐어요. 누가 봐도 ‘잘했다!’는 말이 먼저 나올 수밖에 없던 내용이었거든요.
본선 진출을 이미 확정지은 상황에서 흔들릴 수도 있었는데, 되려 더 집중력 있게, 그것도 어린 선수들이 나서서 경기 흐름을 주도했죠. 4-0이라는 점수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증거였어요.
A매치 데뷔조, 예상밖의 존재감
이번 경기의 숨은 키워드는 ‘데뷔’였던 것 같아요. 특히 전진우와 이한범, 배준호는 데뷔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노련했고, 동시에 신선했어요.
전진우는 골까지 넣으면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고, 이한범은 수비라인에서 깔끔한 커버를 보여줬어요. 배준호는 이강인과의 호흡이 마치 오래 함께한 것처럼 매끄럽더라구요. 이렇게 단번에 기대감을 품게 하는 신예들이 등장했다는 게 진짜 큰 수확이었어요.
전진우의 첫 골, 분위기 확 바뀐 순간
전반 30분, 코너킥 상황에서 전진우의 머리에서 골이 터졌을 때, 경기 흐름이 확 바뀌었어요. 사실 이 장면은 살짝 운도 따라줬죠. 상대 수비 맞고 굴절돼서 들어간 골이긴 한데, 전진우가 정확히 방향만 바꿨거든요?
데뷔골로는 더할 나위 없는 장면이었고요. 이 한 방 이후로 선수들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부담감이 사라지고 더 자유롭게 움직이더라구요.
이강인의 왼발, 역시 다르긴 다르다
후반 6분, 배준호의 스루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왼발로 마무리 지은 장면은, 정말 말이 필요 없었어요. ‘역시 이강인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 느낌, 아시죠?
패스를 받기 전부터 각을 읽고 있었던 것 같았어요. 왼발로 슈팅하는 타이밍도 절묘했고, 골키퍼가 손도 못 쓰고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죠. 이 골로 A매치 득점 기록까지 추가했다니, 존재감이 진짜 남다르더라구요.
오현규의 쐐기골, 선발 출전이 반가웠던 이유
이번 경기에서 오현규는 처음부터 나왔어요. 그동안은 늘 교체 멤버로만 활약했잖아요. 그런데 이 날은 선발로 나서더니, 후반 9분에 완벽한 골을 만들어냈죠. 배준호가 헤딩으로 떨궈준 공을 그대로 돌려서 슛!
이게 또 각도도 어려웠는데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어요. 사실상 이 골이 쿠웨이트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은 결정타였고요. 오현규가 계속 이런 식으로 활약해준다면, 최종예선에서도 믿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재성+손흥민, 관록 있는 마무리
마지막 쐐기골은 교체로 들어온 이재성이 만들었어요. 후반 27분에 투입되자마자 3분 만에 골이라니, 집중력 진짜 대단하죠? 김주성의 패스를 침착하게 왼발로 마무리한 장면은, 베테랑의 냉정함이 확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 뒤로 손흥민이 들어오면서 분위기는 아예 굳혀졌고요. 손흥민은 이번 경기로 A매치 최다 출전 3위가 되면서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후반 막판까지 계속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손흥민, 왜 이라크전에 안 나왔을까?
혹시 저처럼 손흥민을 기다리다가 이라크전에서 못 봐서 아쉬우셨던 분들 계신가요?
사실 그땐 손흥민이 유럽 일정 마치고 막 귀국한 직후였거든요.
토트넘에서 시즌 내내 풀타임 소화한 데다 유로파 우승까지! 피로도가 꽤 높았대요. 그래서 홍명보 감독이 의도적으로 한 경기 쉬게 한 거죠. 체력 안배 차원에서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그리고 쿠웨이트전에서는 완전체 손흥민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거고요!
다음 월드컵 예선 일정, 어떻게 될까?
이번이 아시아 2차 예선 마지막 경기였고요, 이제 한국은 최종예선에 진출한 상황이에요. 본선으로 가는 길목이라 경기 하나하나가 더 중요해질 거예요.
공식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하더라구요. 그 전까지는 평가전 중심으로 전력 점검이 이뤄질 거고요. 선수 구성이나 전술 변화 같은 것도 더 다듬어지겠죠? 이제 진짜 본게임이 시작되는 셈이에요.
꽉 찬 한 경기, 마음이 이상하게 벅차더라구요
이 경기는 뭐랄까, 단순히 4골 넣어서 기뻤던 게 아니라, 진짜 뭔가 마음속이 뭉클해지는 그런 경기였어요. 어린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는 흐뭇하고, 이강인이나 손흥민처럼 중심 잡아주는 선수들 보면서는 든든하고요.
전진우 골 장면에서는 소리 질렀고, 이강인 골에는 감탄했고, 이재성 마무리 때는 괜히 울컥했어요. 축구 한 경기에 이렇게 감정 들쑥날쑥한 적, 진짜 오랜만이었어요.